스킵네비게이션

칼럼 Dongshin University
칼럼독서칼럼

독서칼럼


[제5호]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만큼 내 삶은 깊어진다! - 이주희(상담심리학과 교수)

조회 13

관리자 2019-11-21 17:30

[제5호]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만큼 내 삶은 깊어진다! - 이주희(상담심리학과 교수)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만큼 내 삶은 깊어진다!

 

이주희(상담심리학과 교수)

 #장면 1
 지난 학기 갓 입학한 1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 “오늘날은 다문화 사회인가요?” 그렇단다. 한 번 더 질문했다. “‘다문화’하면 떠오르는 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주여성 그것도 우리나라보다 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 및 노동자들을 떠올렸다. 과연 다문화가 그런 말일까? 라는 고민과 함께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장면 2
 초중고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상담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분들에게 “왜 상담공부를 하고 싶으신지...”를 물어보면 10명 중 7~8명은 “요즘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와 너무 다르다.” 라며 하소연을 한다. 교직이수를 받는 학생들도 교생실습을 다녀온 후 평가회에서 늘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저희 때와는 정말 달라도 너무 달라요.” 내가 느끼기에는 한 해 한 해가 다르던데.

 

 #장면 3
 이번엔 동성애를 생각해 보자. 이성애가 정상이라고 가정하면 동성애는 배척의 대상이자 혐오의 대상이다. 미국은 이미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었고 동성애자 수가 전 인구의 1.8%(2013년 기준)로 그 수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동성애자 비율은 서구의 1/5 정도 된다고는 하나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동성애를 합법화해야 할지 모른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들을 언제까지 사회 밖으로 밀어낼 것인가? 우리는 그들을 알아보려는 노력은 했는가? 미국심리학회에는 동성애자를 연구하는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더 눈여겨 볼 것은, 그들이 상담을 하러 올 때 주로 호소하는 문제다. 사회적 편견? 물론 그 문제도 호소문제의 목록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상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대부분 둘 간의 갈등, 육아문제 등 흔히 이성애자들이 호소하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치매환자들이 주문을 받는 식당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 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좁은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는 것만큼 위험한 편견이 없다. 이런 편견들에 대한 자기점검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던 중 우연히 접한 책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었다. 치매하면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을 지양하고 사고를 확장하고 싶어서 접하게 된 책이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들을 한두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벽에 똥칠 할 때까지는 살지 말아야지.” 치매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래서 부정적이었고, 가까이 다가가기 싫은 그런 어떤 것.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에서는 그런 치매환자의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침대에 누워서 주는 대로 먹고 죽는 날을 기다리는, 살아있지만 ‘진짜 삶’이라고 할 수 없는 삶 말고. 조금 틀려도, 조금 서툴러도, 주변의 도움이 좀 필요해도 자유의지가 있고 내가 생각하여 행동으로 옮겨볼 수 있는 그런 인간으로서의 삶.
 치매 환자들이 주문을 받는 요리점. 그 반향은 뜨거웠다고 한다. 치매환자들이 서빙을 하기 때문에 주문을 잘못 받을 수도 있고, 샐러드가 두 번 나오고, 주문한 요리가 다르게 나오는 그런 요리점. 하지만 사람들은 여유로움과 배려로 함께 그 공간을 즐겼다.

 

 지금껏 틀렸다는 행위 또는 치매라는 병은 사회적으로 볼 때 ‘비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비용’으로 여기던 것이 돌변하며 어마어마한 ‘가치’로 떠오른 것이다. (...) 인간이 왜 멋진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뇌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멋진 것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그것을 지켜주는 것.

 

 이런 배려가 치매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통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다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 갈등이 완화되기도 쉽다. 나와 생각이 비슷하거나 같으면 계 탄 기분이 드는 것이고 다르고 모르면 상대방에게 더 귀를 기울이고 살피기 마련이다. 그래서 갈등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려면 내 기준을 고집하고 주장하기보다는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을 보듬는 성숙한 사회를 향해
 미국의 산업심리학자 데이비드 메릴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고를 다르게 하고, 결정을 다르게 하고, 시간을 다르게 쓰며, 일하는 속도와 의사소통 방식도 다르고, 스트레스 처리와 감정조절도 각기 다르다.” 이렇듯 우리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기에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거나 잊어버린다. 이성적으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하고 자기중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적으로 ‘다름’을 수용하는 폭이 넓을수록 그 사회는 민주적 성숙도가 높은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선 사람들이 자기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창의성이 꽃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가장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성애자’에 대해서 지역별 포용정도를 나타내는 ‘동성애지수’를 산출한다고 한다. 동성애지수가 높을수록 그 지역은 차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 성 소수자 등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곳으로 이주해와 폭발적인 시너지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협력하고, 함께 사는 이유는 ‘서로 다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면, 그 많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갈등과 다툼들은 상대방의 다름을 보듬지 못한데서 벌어지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각자의 삶은 타인의 다름을 수용하는 폭만큼 깊어진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한 학생의 한 마디가 작은 울림으로 남는다. “수업을 듣는 우리가 다문화 아닌가요? 같은 전공을 하는 친구들이라 다 같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각자는 다 다르지 않나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저자 오구니 시로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