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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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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9-12-23 17:04

기자 칼럼 무등일보 사회부 최민석 부장

기자 칼럼 무등일보 사회부 최민석 부장

 

 

 중국의 당(唐) 태종 이세민은 서기 645년 30만 대군을 이끌고 요하를 건너 264년 동안 난공불락이었던 고구려 요동성을 함락시켰다.

 

 요동성은 404년 광개토대왕 시절 고구려가 장악한 이래 단 한 차례도 중국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철옹성’이었다. 598년 영양왕의 요서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고구려와 수·당 전쟁에서 항상 중국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요동성이다. 612년 고구려 침공 이후 3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침략을 감행했던 수나라도 요동성에서 패배의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다.

 

 당시 요동성 성주는 진주 강씨 시조인 강이식 장군이었다. 그 유명한 ‘살수대첩’으로 수나라 대군을 격파한 을지문덕에 버금가는 명장이었던 강이식 장군은 수나라를 상대로 연전연승했다. 당 태종 이세민도 요동성을 넘지 않고서는 고구려 정복은 결코 꿈꿀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랬던 요동성이 무너진 것은 ‘바람’ 때문이었다.

 

 요동성에서 고전하던 당군은 성쪽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자 화공(火攻)으로 요동성을 점령했다.

 

 이렇듯 바람은 때로 역사의 흐름과 방향을 바꾼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으로 시작된 15세기 대항해를 주도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무역풍을 이용한 범선으로 신항로를 개척, 유럽 열강시대의 문을 열었다.

 

 스페인의 바르돌로뮤 디아스 또한 바람을 이용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발견했고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는 인도항로를 개척했다.

 

 마젤란은 남미 끝자락에 있는 바다를 건너 태평양을 거슬러 올라가 필리핀에 이르렀다. 바람은 때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한다.

 

 자주성을 상실한 개화열풍은 조선 멸망을 재촉했고 망국의 단초가 됐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우리 선조들의 삶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월 초겨울 찬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정국의 풍향계도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요동치고 있다. 정계는 대안신당 창당 등 ‘합종연횡’의 바람이 시작됐다.

 

 내년에 불어 닥칠 바람은 우리의 삶과 일상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 궁금해진다.

 

 어디 정치 분야뿐인가.

 

 이맘때면 대학가도 졸업과 취업을 앞둔 4학년생들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2학기 종강과 기말고사가 겹친 이 시기는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졸업앨범 촬영과 논문 작성 등으로 하루하루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이 자신이 합격한 대학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도 눈에 종종 들어온다. 마지막 잎사귀마저 떨어뜨린 나목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캠퍼스에도 찬 기운으로 마음마저 움츠리게 만든다.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이건, 대학생활이 아직 끝나지 않은 재학생들도 모두 나름의 꿈과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취업난이 고착화된 지금 청년들에게 섣부른 격려나 충고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긴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미래를 담보하는 ‘취업’은 생존의 문제로도 인식된다. 중요한 것은 삶의 변화와 바람을 대하는 모두의 마음 자세에 달려 있다.

 

 굳건하게 마음을 다지고 자존감을 지키며 삶 속의 하루를 살아낼 때 밝은 미래의 문이 열린다고 확신하며 모두의 건투와 행온을 빈다.

영화 ‘활’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두려움은 직면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