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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걸] 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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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1-28 09:18

[주진걸] 물 이야기

물 이야기

주진걸(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첫 번째, 세계 물의 양은?
 지구가 생긴 이후에 지구에서 새로 생기거나 없어진 물은 없다. 지구에 있는 물의 총량 13억 8,600만  는 늘 같았다. 물 1가 1톤이니, 1는 1,000,000,000톤이다. 사실 필자는 이게 어느 만큼일지 감도 안 온다. 평평하게 편다면 지구 전체를 2.7km 깊이로 덮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지구 전체를 순환하고 있을 뿐이다. 수증기로 증발-구름-비-시냇물-대하천-바다- 다시 증발을 수백만년동안 반복하고 있다. 증발한 물은 수증기로 약 8일 정도 대기 중에 머문다. 하천에서는 16일, 담수호에서는 17년, 지하수에서는 1,400년, 바다에서는 2,500년, 빙하에서는 1,600~9,700년을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물의 주인은 따로 있을까?

 

‘미국은 서부 개척시대에 ‘먼저 온 사람이 먼저 권리를 가진다’는 전용권 원칙이 등장하였다. 전용권의 원칙에 따라 절대적인 재산권이 확립되었으며, 물을 팔고 교역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었다. 전용권은 하안 정착자들의 어떠한 특권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아무리 멀리서 오더라도 모든 사용자에게 똑같이 결쟁 할 기회를 주었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Far and Away(1992)’의 마지막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는 문구다. 말 타고 달려가서 먼저 깃발을 꽂으면, 합법적으로 내 땅이 되는 랜드러쉬. 어릴 적 필자는 톰 크루즈가 수백 명의 사람들과 섞여서 땅을 얻기 위해 질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충격적이었다. 하천에도 먼저 취수관을 설치하고 신고하면 내 물이 되는 권리를 가지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고, 합리적인듯 하지만, 그 땅의 진짜 주인의 권리는 무시되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강한 자가 생태계의 한계와 다른 사람의 필요에 관계없이 자본집약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물을 강점할 수 있다는 것은 ‘힘이 정의다’ 라는 카우보이적 정서를 보여준다. (중략) 전용권이 물가에 최초로 정착하는 사람의 권리에 기초를 두고 있었지만, 정말로 최초로 정착한 사람들, 즉 인디언들의 전용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수천 년 전부터 그 땅에 살고 있던 아메리칸 인디언의 전용권은 인정되지 않았고,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사용하였던. 그래서 물 사용량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었던 생태적 활용(하천이 숲의 동식물에게 공급하던 물의 양)도 인정되지 않았다. 합법적이지만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며, 경제원칙에 충실하였던 하천수의 과도한 사용은 취수장 주변의 생태계를 파괴하였고, 인디언 생활의 터전도 함께 파괴되었다. ‘힘이 정의다’라는 카우보이적 정서로부터 발현된, 자신만의 이익에 충실한, 최근 미국이 보이고 있는 국제적 행동들이 겹쳐 보이는 것은 필자의 과한 상상력 때문일까?


 그럼, 여러 나라가 하나의 하천을 공유하고 있을 때는 어떨까?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하천이나 호수의 물을 이웃 국가와 나눠 써야 하는 사람은 지구상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이집트, 헝가리, 불가리아, 네덜란드는 무려 지표수의 90% 이상이 국경 밖 이웃나라에서 들어오고 있으며, 독일도 50%가 넘는 지표수가 외국을 거쳐 들어온다.
 이렇게 하천을 2개 이상의 국가가 공유하고 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지역에 따라 조금씩 갈등의 원인이나 형태가 다른데,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은 일반적으로 수량의 절대적인 분배의 문제가 발생한다. 상류에 위치한 국가가 댐을 짓거나, 물을 다 써버려서 하류의 국가로 물을 예전보다 적게 내려 보내는 (또는 안 내려 보내는) 것이다. 산업이 발전한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오염물질 배출과 제방 및 하천 직강하로 인한 하류(물론 남의 나라가 되겠지만)의 범람이 문제가 된다. 두 경우 모두 (하류 국가가 압도적인 국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하천의 상류에 위치한 국가가 절대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 내 나라 하천의 물을 쓰겠다는데. 내 나라 하천에 오수를 버리겠다는데. 내 나라 하천 정비를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하류의 국가에게는 상류 국가의 선의를 구하거나, 물 값에 해당하는 혜택과 보상을 제공하거나, 폭력적으로 해결하거나의 선택지가 있을 뿐이다.


 세 번째,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조선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담파고(담배) 탈취라는 새로운 판을 준비하던 그들은, 그 배후에 당대 최고의 권력가 성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속이기 위해 ‘주인 없는 대동강’을 미끼로 인생 최대의 판을 꾸미게 되는데…  조선 팔도를 뒤흔든 대동강 사기 한 판!

 

 2016년 여름 개봉한 ‘봉이 김선달’의 홍보 문구이다. 대동강 물은 정말 주인이 없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수돗물을 돈 내고 사용하고 있는데, 그럼 영산강 물을 내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답은 예상하셨겠지만 아니올시다. 우리나라는 하천법에서 하천수를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하천의 물은 국가(또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개인(또는 단체)은 국가로부터 물 사용권을 허락(때로는 비용을 지불하고) 받아야 한다. 이렇게 개인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수리권’이라고 한다. 수리권은 다시 관행수리권과 허가수리권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농업에 사용되어 별도의 허가 없이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관행수리권, 그 이외에는 허가수리권이다. 즉, 원래는 농사짓고 남는 물을 공익에 맞게 나누어 써야 한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관행수리권과 허가수리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물이 부족해졌기 때문(사용량에 비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은 수리권의 측면에서는 농민을 더 우대해주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지 않던가!
 물 분쟁과 물 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와 협력과 상생에 대한 요구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제자리에 있다. 기후변화 및 이상기후로 인하여 오히려 물 위협과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을 뿐이다. 물은 빠르게 세상을 돌며, 인간사를 지켜보고, 더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들과 물 때문에 갈등하고 싸우는 인간들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참고도서 
- Vandana Shiva(2002), Water War, 이상훈(역, 2003), 『물전쟁』, 생각의 나무
- Wilhelm Sager(2001), Wasser, 유동환(역, 2008), 『물 전쟁?』, 푸른나무